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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4. 02:05 - HioKa

용사, 또는 괴물이라고 불린 소녀


나나사와 마타리의 서적화 제2탄으로, 마왕을 쓰러뜨린 후의 용사는 무엇을 할까? 라는 것이 그려진 '용사 또는 괴물이라고 불린 소녀'. 이번에도 엄청 강한 소녀가 엄청 날뛰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재미는 그런 강한 용사가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어떻게 지낸다는 것과 '용사'라는 것에 대한 관점이다. 


세계관은 <사신을 먹은 소녀>의 무대에서 10년 전, 거기서도 나왔던 '아트'라는 마물이 나오는 지하 미궁이 있는 도시가 배경이다. 그리고 원래는 드래곤 퀘스트 3의 2차 창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에서 판권 요소를 빼내고 오리지널 요소를 더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4명이서 파티를 맺거나, 길드에서 여럿 일을 하거나, 미궁에 들어가서 마물을 죽여, 재료를 돈으로 바꾸는 등, RPG적 요소도 있다. 그렇지만 이세계물이나 게임 판타지처럼 RPG 요소, '전법'을 중심으로 한 구조는 아니다. 


마물들을 죽이는 것이 용사의 일이다. 그렇다면 마물과 인간의 차이점은? 인간이면서 마물처럼 동물의 본능으로 인간을 죽여,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그저 쾌락을 위해, 자기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죽인다면? 용사는 그 차이를 '냄새'로 판단한다. 그렇기에 심한 냄새가 나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마물'로서 판단하고 죽인다. 그럼 '냄새'가 안 나는 마물은? 아직 어려서 인간을 죽여본 적도 없는 오크, 인간을 먹기 싫다고, 마물은 나올 수 없는 결계를 빠져나와 미궁에서 나온 벌, 용사는 이걸 보면서 혼란해 한다. 인간이 타락을 하면 마물로서 죽일 수 있지만, 마물이 이럴 경우는 인간으로 볼 수도 없기에. 그렇기에 용사는 아직 어리고, 싸울 능력도 없는 오크들을 죽이고, 아이들과 친구가 된 마물이 용병들에게 아이들이 잔혹하게 죽는 걸 보고, 구하려다 죽는 걸 보면서 점점 정신이 소모돼간다. 그리고 작가는 이에 대해서 이렇게 답을 냈다. 인간과 마물은 똑같다고. 악의가 있는 인간을 '마물'이라고 볼 수 있고, 악의가 없는 마물을 '인간'(친구)로서 볼 수 있다고, 마지막에는 그걸 보고 자기가 직접 어떻게 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꽤 흔한 답이기도 하지만, 마물과 인간, 양쪽에 대한 양면을 착실히 묘사했고, 무엇보다도 용사가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괴로워 하는 모습이 작가가 내린 답에 힘을 줬다. 


물론 이 답은 다른 면도 갖고 있다. 그것은 마왕을 죽인 뒤에도 용사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세상에는 '마물'이 가득하게 있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에서 일어난 사건도 결국은 욕망에 빠진 인간이라는 마물이 일으킨 일이었으니까.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난 점은 바로 '용사란 무엇인가?' 이다. 사람을 구하고 마를 없애는, 선의의 덩어리로 구성된 영웅인 인간,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작품의 '용사'는 사람들이 '정의의 편'으로서 갖고 있는 힘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이 아닌, 괴물을 죽이기 위한 괴물로서 다루기도 하며, 옛날에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과정에서 인간의 범위를 뛰어넘은 용사의 강함을 보고 괴물이라 부르며 도망친 동료들과 혼자 남겨진 채, 여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마왕을 쓰러뜨린 뒤, 동료들에게 속아서 봉인 당해, 용사가 되기 전의 일은 기억을 못하는 용사는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기 때문에, '용사'라는 것은 용사에게 있어서 존재 가치이자 증명으로서 존재한다. 그렇지만 용사는 이번 모험에서 자신을 괴물이라도 부르지 않고, 동료로서 대해주는 동료들을 만나, 다시 한 번 돌아갈 장소와 있을 장소를 얻어, 마물을 죽이는 괴물로서의 용사가 아닌, 소중한 동료들의 용사로서 삶의 새로운 가치를 얻어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오랜 시간 혼자서 마물과 싸워온 용사가 드디어 진정한 동료를 얻고 즐거운 나날을 보게 된, 세상이 아닌, 용사의 구원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정석적인 주제와 이야기들, 그렇지만 매우 매력적인 동화로 맘에 들었다.


여담으로 동료들과 즐겁게 일상을 보내게 된 것이 서적판의 엔딩이지만, 웹에서는 좀 더 무거운 전개와 엔딩이었다고 한다. 굿 엔드와 트루 엔드의 차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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