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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6. 16:41 - HioKa

재와 환상의 그림갈 1~7


장미의 마리아 작가인 쥬몬지 아오의 신작, 재와 환상의 그림갈. 요즘 트렌드인 이세계 소환 판타지물. 사실 대세인 이세계 소환(전생이던 환생이던) 게임 판타지는 취향이 아니다. 그나마 로그 호라이즌은 게임이라도 거기서 전투, 정쟁, 경제 활동 등이 있었지만 결국은 '게임'이라는 틀 때문에 그렇게까지 그 상황이 재밌지 않았다. 물론 쿠니에의 황금편의 레이드 같은 경우, '게임'이라는 면을 최대로 끌어올린 레이드 파티였기에 재밌었지만. 


그런 와중에 재와 환상의 그림갈은 웹이나 트위터에서 평범하다 못해, 낙오자 수준인 주인공 파티들이 매우 고생을 하면서 나아간다고 해서, 흥미를 갖기도 했고 이번에 방영하기 시작한 애니 1화를 봤다. 일단 세계의 구조는 게임 판타지가 갖고 있을 법한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스킬창이 뜬다거나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게임처럼 무조건 일정한(고블린이 10골드면 쭉 10골드) 수확을 얻을 수 없다. 또한 스킬 같은 경우도 말이 게임의 '스킬'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며칠간 직업 길드에 짱박혀서 몸에 때려 넣는 수련이다. 이런 식으로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직접 몸을 굴린다는 점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거기다 다른 파티들은 잘났는데 주인공 파티만이 평범하다 못해, 고블린한테도 사활을 건 싸움을 한다는 점도. 


물론 이렇게 쭉 밑바닥을 기는 것은 아니다. 밑바닥이긴 하지만, 밑바닥 나름대로 위로는 못 올라가더라도 어떻게 일어서려고 노력을 하며, 매권마다 성장을 보여준다. 동료의 죽음이나 다른 파티를 보고 그렇게 될 수는 없어도, 자기 파티를 지키기 위해 꼴사나울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모습과 주인공 하루히로가 리더로서 성장을 하면서도 결국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려 하듯이, 하루히로의 인간으로서의 강도의 약함은 매우 맘에 든다. 


1~4권은 하루히로와 동료들의 실력과 파티로서의 협동을 쌓는 이야기라면, 5~7권은 '리더'이자 '평범한 인간'인 하루히로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지금까지도 마나토가 죽은 후, 흐름으로 리더가 된 하루히로의 모습이 그려지기는 했지만, 자신이 리더라는 것을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의 모습에서 점점 하루히로의 인간적인 면이 어김없이 나왔다. 속으로 까거나 담아두면서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모습이나 리더라는 짐에 버티지 못해, 속으로 그만두고 싶다거나, 도망치고 싶다거나 하는 약한 모습과 그럼에도 동료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하루히로의 성격이 어김없이 보인다. 그리고 점점 동료들이 하루히로를 믿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고 1권을 생각나게 하는 7권에 이르러서는 그 소심했던 시호루가 파티를 위해 마법을 발전시키려 하고 하루히로를 믿는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의존'이 하루히로에게 나쁘게 움직여서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후반에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 이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평범한 애들로 뭉친 파티가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야기. 7권에서는 식어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하루히로가 포기하지 않고, 혼자 있기 싫다고, 동료들을 찾으러 가겠다고 삶에 집착을 크게 보이면서 강한 오크 하나를 빈사 상태까지 몰렸지만 혼자서 쓰러뜨렸다. 분수에 맞지 않게 도중에 만난 용을 해치운 게 아니라, 딱 시야에 넣을 수 있을 범위인 오크, 그것도 강한 오크를 상대로 이겼다는 것은 하루히로라는 캐릭터의 성장에 딱 어울렸다. 

하루히로를 믿는다고 말한 모두들, 마지막에 실수를 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 하루히로, 하루히로가 저지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깨어난 하루히로에게 동료들은 어떤 말을 할지, 물론 란타만 문제인 것 같지만, 하루히로와 동료들은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된다. 


저 멀리 있는 무지개를 본 하루히로가 과연 무지개 너머로 갈 수 있을지.


지금은 자자.

자장가라도 들려주면 좋겠는데.

혼자는 싫어.

누군가, 곁에 있어줬으면 해.

누구라도.

......부탁해.

여기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중략)

무지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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