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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23. 00:31 - HioKa

멋진 나날들 ~불연속 존재~


친구가 다 끝낸 뒤에 울었다고 해서 거기에 흥미를 갖고 플레이를 하게 됐다. 참고로 야겜(비주얼 노벨)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방금 막 끝낸 참이라, 이 게임에서 느낀 점을 어떻게 남기고 싶어서 쓰려고 했는데, 순전히 지금 내 실력으로 이걸 어떻게 써야 할까... 싶을 정도로 표현을 못하겠다. 그렇기에 그냥 글의 나열로서 게임에 대한 감상을 써봐야겠다. 일단 좋았냐 아니냐로 말하자면, 매우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게임의 구성은 6장의 이야기로 구성돼있으며, 각각 2012년 7월 20일에 일어난다는 종말에 대한 소문이 퍼진 가운데 일어난 사건을 각 장의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보면서 전개 된다. 그런 군상극 같은 이야기는 진행될 수록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된다. 


각 장의 엔딩은 7월 19일에 끝나게 되며, 7월 20일을 맞이하는 것은 세 개의 트루 엔딩 중 마지막 루트에 해당하는 '종말의 하늘 2' 딱 하나 밖에 없다. 다른 두 개의 엔딩인 '멋진 나날들', '해바라기의 비탈길'은 7월 20일을 건너뛰고 몇 달 뒤의 일을 보여준다. 이 둘은 엔딩을 보는 시점인 마미야 토모사네이며, 플레이어는 마미야 토모사네로서 행복을 잡는다. 그리고 이 둘의 엔딩에서 플레이어는 행복이란 것과 세계와 나의 인식, 의미 등을 느낀다. 


비극의 원인은 단 하나의 사실 같은 것에 결정 되지 않는다.

쌓아 올려진 옳은 선택이 때로는 큰 비극을 낳는다.

그러한 의미로서, "지옥으로의 길은 선의로 빼곡히 깔려 있다"겠지. 

사람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지옥으로의 길을 걷는다.


수많은 대사가 행복이란 것을 얘기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 대사가 행복이란 걸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비극은 각자가 각자의 행복을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비극을 뛰어넘어 이번에야 말로 행복을 잡았다. 


'멋진 나날들' 엔딩에서는 토모사네는 자신의 동생인 마미야 하사키와 이어지고, '해바라기의 비탈길' 엔딩에서는 미나카미 유키와 마미야 하사키, 두 사람과 함께 멋진 나날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둘을 선택하지 않고 맞이하는 엔딩이 바로 '종말의 하늘 2'이다. 이 엔딩은 다른 엔딩들과 달리 날짜가 6장의 7월 19일의 다음날인 7월 20일로 나오며 다른 엔딩들과 달리 행복을 잡지 않은(못한) 상태이다. 거기서 미나카미 유키는 오토나시 아야나와 만나, 6장 마지막 다음에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지금은 뭐냐고 묻는다. 오토나시 아야나는 그 물음에 여러가지 가설을 내놓고 모든 것은 존재는 하나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답이 끝났을 때 이와타 미우가 옥상에 올라와, 아야나를 부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같이 있어야 할 미나카미 유키의 모습은 안 보인다. 


그렇다면 이건 게임 구조를 이용한, 메타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것의 존재는 하나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6장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돼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고, 다른 캐릭터가 본 것을 다른 캐릭터가 알 수도 있으며, 마지막 옥상에서 사라진 미나카미 유키와, 옥상에서 이야기 하는 오토나시 아야나와 이와타 미우,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화면 밖의 플레이어라는 구조가 되며, 다른 두 엔딩과 달리 아무런 행복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로 마지막 이야기는 끝을 맞이한다. 그럼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다른 두 개의 엔딩에서 얻은 엔딩(행복)은 플레이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그 이유로는 두 엔딩에서 얻은 행복한 모습에 비치는 사람은 각각 엔딩의 주인공들인 마미야 남매와 유키 뿐이다. 그리고 그걸 플레이어는 화면 너머로 바라본다. 


하지만 '종말의 하늘 2'는 지금까지 주인공으로 써왔던 캐릭터들의 모습을 CG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한 번도 시점으로 쓰여진 적이 없는 캐릭터들만을 비출 뿐. 그렇다, 이 엔딩에서는 아무도 행복을 손에 넣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멋진 나날들>에서 행복을 얻는 것은 그 속에 있는 캐릭터이며, 그 밖에 있는 플레이어가 아니니까. 마지막에 게임 밖으로 나온 '플레이어'는 '오토나시 아야나'라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다. 그 대화 마지막에 오토나시 아야나는 "막 끝난 참인데... 벌써 시작이라니... 그럼 가죠, 그 시작의 지점으로..."라고 말한다. 그것은 즉, 게임을 끝낸 플레이어에게 게임은 막 끝난 참인데, 벌써 '현실'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을 잡기 위해 걸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야 '인생'이란 그런 것이니까. 


행복하게 살자!


<멋진 나날들>은 이러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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